가용성 휴리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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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v46FJ20nsW8

치킨하면 맥주! 왜 치킨하면 맥주가 떠오를까? 실제로 치킨에 소주를 먹어도 맛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킨하면 우리는 여전히 맥주가 떠오른다. 이런 예시들은 주변에 흔하다. 떡볶이 하면 순대, 안전한 차는 볼보 등등이 있다.

1990년대 초반 여름 대우자동차 티코는 김혜수를 모델로 최고급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다며 에어컨을 강조하는 광고 카피로 판매량을 올렸다. 자동차 구매에 있어서 연비, 안전, 속도 등 자동차의 본질에 대해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옵션에 해당하는 에어컨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당시 우리나라에는 교통사고에 대한 사회적 문제가 있었는데 에어컨을 강조한 것이 불합리해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다른 회사들은 미국의 엄격한 안전기준을 통과한 차량이라며 차량 충돌 장면을 광고에 활용했다. 그러나 더운 날에는 안전보다 시원함이 더 잘 생각나는 법이다.
본격적인 여름을 앞둔 시기에 자동차를 구매하려고 했던 구매자들은 에어컨에 솔깃했고, 이는 구매로 이어졌다.

분명히 대우자동차는 그 당시에 문제가 많았다. 고장 나면 수리비가 많이 드는 차로도 악명이 높았기 때문이다. 다른 차를 구매해야 할 이유가 많음에도 에어컨이 좋은 차에 구매자들은 그만한 가치가 있으니까 제일 먼저 떠올랐을 것으로 예상하여 구매를 결정했을 것이다. 하지만 알고보면 그저 머리 속에 제일 먼저 떠올라서 그것을 가치있다고 생각한 것 뿐이다. 분명히 에어컨은 자동차의 핵심기능이 아니라 옵션에 불과하다.

이러한 개념을 가용성 휴리스틱이라고 한다. 가용성 휴리스틱은 가장 쉽게 찾아 쓸 수 있는 기억을 활용해 특정한 사건의 발생 확률을 추정하는 것을 말한다.

광고는 노출될 때, 그 짧은 시간내에 구매를 유도하게끔 머리속에 제품에 대한 이미지를 남겨야 한다. 이런 가용성 휴리스틱이 작동될 수만 있다면 명백한 통계도 무시할 수 있을만큼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기차사고는 비행기사고보다 자주 일어난다. 하지만 사람들 기억에는 자극적인 비행기 사고가 더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다. 그래서 비행기가 기차 사고보다 더 잦다고 생각한다. 또한 유괴 사건이 대대적으로 언론에 등장하면 아이를 직접 태워 등하교시키는 학부모가 늘어난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가용성 휴리스틱 때문이다.

사람이 객관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을 한다면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선택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가용성 휴리스틱으로 인해 그때그때 가용한 정보, 즉 얼마나 쉽게 떠올릴 수 있느냐로 결정된다.

그렇다면 왜 이런 합리적이지 못한 판단을 하게 되는 걸까?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카네기멜론 대학의 허버트 사이먼 교수가 제안한 제한된 합리성 개념처럼 인간의 기본적인 정보처리 용량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생긴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모든 정보를 알 수 없다. 또한 모든 기억을 동시에 떠올려 마치 책상 위에 모두 올려놓고 비교판단을 할 수 없는 것처럼 즉각적으로 머리 속에 떠오르는 몇 가지 사항을 위주로 판단하는 것이다.

과거 대왕 카스테라 사건을 떠올려보자. 우리는 당시 시사보도 프로그램에서 버터 대신 식용류를 쓴다고 해서 먹으면 안되는 음식으로 여겨졌다. 우리의 머리 속에는 튀김할 때 쓰는 식용류를 콸콸 마시는 것처럼 생생하게 그려졌다. 이 프로그램이 보도된 이후 전국의 대왕 카스테라 업주들은 문을 닫게 되었다. 하지만 알고보면 대부분의 빵들은 버터의 단가가 비싸기 때문에 식용류를 여전히 쓰고 있다. 이렇게 가용성 휴리스틱은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이처럼 가용성 휴리스틱은 양날의 검이다. 선한 곳에 사용될수도 있지만 악용하기도 쉽다. 가용성 휴리스틱은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 머리속에서 작용하고 있고 이것에 이용당할 것인지, 이를 악용할 것인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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